
책 침묵은 1936년에 뉴욕에서 태어난 작가 돈 드릴로의 착품이며 그는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이탈리아 이민 2세로 기술 문명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깊이 통찰하는 작품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작품들이 위험한 시대에 사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만큼 현대 문명의 어두운 그림자를 포착하여 잘 보여주고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돈 드릴로의 작품 침묵은 2020년에 발표된 비교적 최근 작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020년으로부터 2년 후인 2022년입니다. 원인 불명의 장애로 모든 기술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술 문명에 젖어들어 있는 현대인들의 무력함을 보여줍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카카오톡 장애 사건을 떠올리면서 작품을 감상하시면 더욱 몰입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이 책을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와 책 속에 인용된 아인슈타인의 의미,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공포감을 주는 요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의미를 주는가
작가 돈 드릴로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품들을 쓰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0년에 출간된 이 소설의 배경은 2년 뒤인 2022년으로 가까운 미래에 기술이 갑자기 무력화되는 상황을 가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이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작품 속에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한순간에 그간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던 모든 기술들이 사라져버리는데 사회는 순식간에 무기력해집니다. 집 안에 편히 앉아 슈퍼볼 중계를 기다리던 맥스와 다이앤 마틴은 tv가 먹통이 되어 버리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겉으로 보기엔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서로 딴소리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맥스의 경우에는 소파에 무기력하게 앉아 그나마 대화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합니다. 대화조차 이어나가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기술이 사라진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감을 느끼는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기술의 진보는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고 있지만 편의를 얻은 대신에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능력은 점차 상실해 간다는 점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소설 초반부의 비행기 안에서 대화를 나누던 짐과 테사는 전자기기의 도움 없이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것 자체를 만족스러워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술의 발전이 결국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본질적으로는 인류의 퇴보를 야기하고 있다는 두려움마저 들게 합니다. 짐과 테사가 불시작 과정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들른 병원에서 만난 사람이 한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 소설은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2. 책 침묵에서 아인슈타인의 존재에 대한 의미
작가 돈 드릴로는 의미심장하게도 이 작품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에 앞서서 3차 대전에서 어떤 무기로 싸우게 될지 모르겠지만 4차 대전에서는 몽둥이와 돌을 들고 싸우게 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여 보여줍니다. 마치 예언 같은 이 말은 소설 속에서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을 넌지시 알려주는 듯 합니다. 작가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인 마틴 데커 역시 수시로 아인슈타인과 그의 이론들을 언급하고 있으며 맥스 등도 그에게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질문합니다. 원인 불명으로 지상의 모든 기술이 무력화된 시점에서도 마틴은 아인슈타인이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거나 그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의 이야기들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은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과거처럼 종교 지도자들이나 철학자들을 인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그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한 과학자입니다. 마틴이나 맥스가 그런 아인슈타인을 인용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과거의 종교나 철학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술이 무력화된 시점에서조차 과학기술의 대명사와도 같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마틴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앞서 말한 대로 현대인들이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의존도가 생각보다도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일 것입니다. 작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을 과학기술의 대명사처럼 사용함으로써 이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싶은 주제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이 작품이 공포감을 주는 두 가지 요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답답한 느낌과 잿빛의 이미지를 주고 있는데 특히 지배적인 느낌은 공포와 공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우리를 답답하게 만드는 요소는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기술이 침묵하는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자연재해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이유는 언제 어떻게 닥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자연재해를 초월적인 존재의 분노나 특별한 의지 때문에 발생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자주 있었던 것 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소설 속의 다이앤 역시 갑자기 닥친 기술의 침묵 앞에서 그 원인을 초월적 존재인 외계에서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기술 무력화의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답답함과 공포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 역시 답답함과 공포감을 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맥스와 다이앤의 집에 모인 다섯 사람이 저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이 소설이 종결될 뿐 언제 상황이 정상화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여러 가지 요인 중 언제 이 상황이 종결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더욱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원인과 끝을 알 수 없는 상황 하에서 힘겨워하는 등장 인물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책 침묵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은 분명 사람들에게 큰 편의와 다양한 가치를 부여했지만 이것들이 삶에 익숙해 질수록 의존성이라는 족쇄를 차게 됩니다. 근 몇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ai 에 대한 이슈도 비슷한 상황일 것입니다. 다양한 ai 서비스로 사람들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질 수록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위한 것들이 중시되고 있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성을 갖춘 사람만이 미래에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술 문명이 주는 이점과 동시에 동전 뒷면에 숨겨진 어두운 부분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작품 침묵 입니다.